공존을 위한 저항
2023. 10. 23 - 2023. 11. 5
Artist : 신소언
신소언은 도자조형의 실험을 통해 경계색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경계색은 주변과 동화되는 보호색, 위장색과는 달리 화려한 색을 두름으로써 자신이 독성이 있거나 공격에 대해 매우 방어적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다루는 나비와 뱀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자기만의 경계색을 갖는다. 서로 다른 개체들의 개별적이고 뚜렷한 형태에서 출발하여 뒤섞인 유약의 흐름을 거쳐 병존을 향한다.
신소언의 작품세계에서 경계색은 관계 속에서 취하는 태도,더 나아가 삶의 전략으로서 이해된다.이번 전시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나비와 뱀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자기만의 경계색을 갖는다.본래 경계색이 포식자에게서 살아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생존을 위한 투쟁의 수단으로 기능했다면,먹이사슬의 원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탐색하는 나비와 뱀의 모습은 일방적인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재된 자연-생명의 메커니즘이 아닌 인간관계의 유비처럼 보인다.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에 대하여.연약한 존재들의 삶에의 의지는 오히려 자신을 가장하고 과장하여 드러내는 저항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다른' 것을 시도하고, 눈 앞에 보임으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여지는 존재는 관계의 순환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균열을 내어 자기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애쓴다.
신소언의 도자 작품에는 두 개체가 탐색을 거쳐 공존에 이르는 과정이 반영된다.<탐색>, <뱀의 자리>, <나비의 자리>는 기존의 성형방식인 물레에서 벗어나 핸드빌딩으로 나비와 뱀의 모습을 조형하였다.또한 각 개체를 받치고 있는 기둥 혹은 판은 각 개체들이 살아가는 기반 환경의 차이를 부각한다.앞선 작업의 연장으로,<혈투(가제)>에서는 두 개체가 얽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똬리를 틀고 있는 뱀,그 속에 있는 나비의 형상은 언뜻 생태계에서 뱀에게 삼켜진 나비를 연상하게 한다.그러나 쌓아 올려진 자신의 몸 사이로 튀어나온 뱀의 머리나,조형에 치대어 끈적하게 흘러내린 유약은 두 개체 모두의 분투를 형상화한다.<나비를 삼킨 산호뱀>연작은 도판 위에 유약으로 드로잉한 것으로,드로잉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이 작업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인 개체들을 보여준다.동과 철이라는 다른 성격의 원료를 사용한 유약의 실험들은 혼란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양한 것들이 함께 존재함으로 받아들여진다.
더 큰 관점에서,관계는 순환하며 이는 견고해보인다.나비와 뱀의 관계처럼.어쩌면 자연의 우로보로스 안에서는 먹고 먹히는 모든 것이 무(無)를 향한 미미한 움직임이며 인간 존재와 관계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렇다 한들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미약한 존재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작가는 이 존재들의 삶의 방식을 작업으로 풀어낸다.경계색이라는, 자신을 보호하고 서로 다른 개체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저항의 색을 찾아가는 실험들은 살아가는 존재의 연약함을 응원하고자 하는 작은 의지의 표명이다.
Credit
주최 : 안팎
주관 : 안팎
글 : 손하늘
그래픽 : 안채연
2023. 10. 23 - 2023. 11. 5
Artist : 신소언
신소언은 도자조형의 실험을 통해 경계색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경계색은 주변과 동화되는 보호색, 위장색과는 달리 화려한 색을 두름으로써 자신이 독성이 있거나 공격에 대해 매우 방어적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다루는 나비와 뱀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자기만의 경계색을 갖는다. 서로 다른 개체들의 개별적이고 뚜렷한 형태에서 출발하여 뒤섞인 유약의 흐름을 거쳐 병존을 향한다.
신소언의 작품세계에서 경계색은 관계 속에서 취하는 태도,더 나아가 삶의 전략으로서 이해된다.이번 전시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나비와 뱀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자기만의 경계색을 갖는다.본래 경계색이 포식자에게서 살아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생존을 위한 투쟁의 수단으로 기능했다면,먹이사슬의 원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탐색하는 나비와 뱀의 모습은 일방적인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재된 자연-생명의 메커니즘이 아닌 인간관계의 유비처럼 보인다.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에 대하여.연약한 존재들의 삶에의 의지는 오히려 자신을 가장하고 과장하여 드러내는 저항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다른' 것을 시도하고, 눈 앞에 보임으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여지는 존재는 관계의 순환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균열을 내어 자기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애쓴다.
신소언의 도자 작품에는 두 개체가 탐색을 거쳐 공존에 이르는 과정이 반영된다.<탐색>, <뱀의 자리>, <나비의 자리>는 기존의 성형방식인 물레에서 벗어나 핸드빌딩으로 나비와 뱀의 모습을 조형하였다.또한 각 개체를 받치고 있는 기둥 혹은 판은 각 개체들이 살아가는 기반 환경의 차이를 부각한다.앞선 작업의 연장으로,<혈투(가제)>에서는 두 개체가 얽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똬리를 틀고 있는 뱀,그 속에 있는 나비의 형상은 언뜻 생태계에서 뱀에게 삼켜진 나비를 연상하게 한다.그러나 쌓아 올려진 자신의 몸 사이로 튀어나온 뱀의 머리나,조형에 치대어 끈적하게 흘러내린 유약은 두 개체 모두의 분투를 형상화한다.<나비를 삼킨 산호뱀>연작은 도판 위에 유약으로 드로잉한 것으로,드로잉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이 작업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인 개체들을 보여준다.동과 철이라는 다른 성격의 원료를 사용한 유약의 실험들은 혼란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양한 것들이 함께 존재함으로 받아들여진다.
더 큰 관점에서,관계는 순환하며 이는 견고해보인다.나비와 뱀의 관계처럼.어쩌면 자연의 우로보로스 안에서는 먹고 먹히는 모든 것이 무(無)를 향한 미미한 움직임이며 인간 존재와 관계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렇다 한들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미약한 존재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작가는 이 존재들의 삶의 방식을 작업으로 풀어낸다.경계색이라는, 자신을 보호하고 서로 다른 개체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저항의 색을 찾아가는 실험들은 살아가는 존재의 연약함을 응원하고자 하는 작은 의지의 표명이다.
Credit
주최 : 안팎
주관 : 안팎
글 : 손하늘
그래픽 : 안채연